탈레반은 카불을 떠났으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덮는 ‘부르카’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5년간 탈레반 정권으로 부터 교육, 고용, 그리고 심지어 옷차림 등 갖가지기본권을 박탈당했던 아프간 여성들이 반군 북부동맹의 카불 점령 하루후인 14일에도 탈레반 정권 붕괴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의 과격한 이슬람법 해석에 따라 부르카를 강제로 착용하고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것 조차도 금지된 채 집에만 갇혀지내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모습은이날도 여전히 카불의 길거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에 쓴 탈레반식 터번을 벗어던지고 이발사에게 찾아가 수염을 깎는 남성들의 고양된 기분과는 아주 반대로, 여성들은 탈레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부르카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 여성들이 오랫동안 갈구해오던 해방은 13일 극적인 사태전환속에서도 가장 짜릿하고도 상징적인 한 순간을 제공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2명의 여성아나운서들이 5년만에 처음으로 방송을 재개한 ‘라디오 아프가니스탄’의 첫 뉴스를 보도였다. 이들중 한명인 파리다 힐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지난 1996년 집권했을 때 난 입사 1년반차의 햇병아리 아나운서였다. 그 이래 난 (집의) 네 기둥안에갇혀 지내왔다"라며 기뻐했다. 힐다는 또 "이 나라가 내 대학 교육비를 대줬기 때문에 국민에게 봉사해 그 빚을 갚으려했지만 탈레반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밀라 아시아트란 한 여성도 국방부 청사밖에서 "우리는 다시 자유를 찾았다.이제 탈레반이 물러났으니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게됐다. 그러나 그토록오랜 잔인한 세월후 우리가 갑자기 부르카를 벗어던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라"고말했다. 그녀는 또 "너무나 오래 우리는 갇혀지냈으며 직장에도 학교에도 가지못했고 부르카를 쓰도록 강요받았다. 이제는 우리가 다시 삶을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올해 34세된 나지바 아심이란 산부인과 여의사는 탈레반이 영원히 권좌에서 축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부르카 착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황이아직 이곳에서 완전히 통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3일 카불을 장악한 반군 북부동맹은 여성들에 대한 탈레반의 교육ㆍ취업 금지를 해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25살의 전직 상점 점원인 라엘라 콜라는 아프가니스탄 반(反) 페미니스트시대의 종말이란 기회를 이용한 첫 여성들중 한명이다. 부르카 대신에 녹색의 머리쓰개만을 쓴채 그녀는 남편이 모는 자전거에 탄채 일자리를 찾아 시내 상점가로 향했다. "이곳에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있지만 엄청난 불행을 야기시킨 과오로 부터 우리가 배울 때까지 상황이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수십년간에 걸친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 남성들이 많이 희생됐으며 그 결과 현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약 65%가 여성들인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평화 정상회담’이 오는 12월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다. (카불(아프가니스탄) AFPㆍA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