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華晨)그룹의 양룽 회장(仰融.45). 최근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중국의 1백대 기업가'중 3위를 기록한 인물이다. 70억위안(1위안=약 1백55원)을 손에 쥐고 있는 재력가이다. 시난(西南) 재경대학 박사 출신. 뉴욕 홍콩 상하이(上海)증시 상장업체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그에 관해 일반에 알려진 전부다. 그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고, 어떻게 산하 기업을 국제 금융시장에 상장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양룽미스터리(仰融迷宮)'라고 표현한다. 양 회장의 부(富) 형성 과정을 추적하다보면 그가 '금융 귀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조업이 아닌 인수합병(M&A)을 통해 부를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양 회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91년 선양(瀋陽)의 자동차업체인 선양진베이(瀋陽金杯)를 인수하면서부터다. 그가 1990년 버뮤다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화천콩구(華晨控股.화천지주회사)가 선양진베이의 경영권을 사들인 것. 당시 언론은 실체도 없는 업체가 어떻게 중국 최대 승합차 업체인 진베이를 사들일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자금원이 어디인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다만 큰 힘이 뒤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하다. 진베이를 손에 넣은 양 회장은 이때부터 자본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홍콩 한 업체에서의 경리업무 경력을 무기로 기업 상장에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듬해인 92년 또 다시 버뮤다로 갔다. 선양진베이 및 관련회사를 지배하는 화천자동차를 설립했고, 그 해 10월 이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는데 성공했다. 당시 끌어 모은 자금이 8천만달러. 중국 기업을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첫 쾌거였다. 그는 작년 10월 화천자동차를 홍콩증시에도 상장시켰다. 선양진베이를 바탕으로 뉴욕증시에 진출한 양 회장에게 국내증시 상장은 식은 죽 먹기였다. 92년 7월 선양진베이 자체를 상하이 증시에 상장시켰다. 뉴욕 홍콩 상하이 등에서 자금을 끌어들인 것이다. 일약 중국 자동차업계의 거물로 등장한 양 회장의 당면 관심사는 독일 BMW와의 합작사업. 화천과 BMW는 지난 6일 정부의 합작공장 설립 비준을 따내는데 성공, 오는 2003년 초부터 중국산 BMW를 생산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양 회장이 BMW 합작공장을 갖고 또 다시 증시로 달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양 회장은 국제시장으로 도전하는 중국 기업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