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11일 개막한 제2차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 촉진회의가 미국의 불참 등으로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엘리자 코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유엔이 이번 CTBT 발효 촉진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 아예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치 대변인은 "이번 회의의 목적은 CTBT 비준을 촉진하자는 것이지만 미국 행정부는 상원에 대해 지난 99년의 CTBT 비준 부결 표결을 번복해줄 것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열린 유엔 군축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비서명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모두 CTBT를 지지한 반면 유일하게 미국만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CTBT는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44개국 모두가 서명하고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효력이 발휘되지만 지금까지 31개국만 서명과 비준을 마친 상태다. 특히 5대 핵강국들 중에서 미국과 중국은 CTBT에 서명은 했지만 비준을 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98년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파키스탄과 인도는 아예 CTBT에 서명도하지 않고 있다. 아직 CTBT 비준을 하지 않은 핵시설 관련 핵심 13개국은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집트, 인도네시아, 북한, 알제리,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베트남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을 겨냥해 CTBT 비준을 보류하고 있는 국가들중 일부는 CTBT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국가들이라며 CTBT 발효 여부는 이들의 손에 달렸다고 애원했다. 군축외교위원회의 레베카 존슨은 "부시 대통령이 테러분자의 핵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 전세계가 노력하자고 말한 지 하루 만에 CTBT 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동맹국들에 대한 경멸"이라고 비난했다. 볼프강 호프만 CTBT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은 핵심 13개국들의 비준 없이는 CTBT발효가 불가능하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나오는 국제사회 다수의 목소리가 CTBT 발효에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은 미국 등의 비준으로 CTBT 효력이 발휘될 경우에 대비해 대서양과 태평양의 조그만 섬 등 전세계 89개국에 321개의 감시기지와 16개 연구기지 설립에 이미 들어갔다. (뉴욕 AFP.AP.교도=연합뉴스)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