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탈레반 거점들에 대한 융단폭격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아프간에 지상군 병력을 증파하고 라마단 기간에도 공습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아프간 전쟁이 장기전.확전양상을 띠고 있다. 곤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이슬람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라마단 기간에도 공격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도 국방부 전황 브리핑을 통해 아프간내 작전지원을 위해 지상군을 추가 파견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날 미확인 미군 항공기 1대를 격추하고 아프간 반군인 북부동맹군과 전투를 벌여 격퇴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특히 동시다발테러의 배후조종혐의를 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아프간 공격에 나선 미군을 십자군이라고 규정하고 십자군의 대 이슬람 공세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으며 파키스탄 국경주민 1천여명이 아프간 국경을 넘어 탈레반의 대미항전에 합류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내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터키도 미국의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아프간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며, 아라비아 해역에 정박중인 미함정 펠렐리우호에 승선하고 있던 중무장 해병대 병력들이 군사작전 참가를 위해 헬기을 타고 출격하는 등 아프간 전쟁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군은 이날도 B-52폭격기등을 동원해 북부의 탈레반 전선에 대한 융탄폭격을 강화했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미군은 또 4일만인 이날밤 10시30분부터 수도 카불에 대한 파상공습을 재개해 유류및 탄약저장소등을 집중 폭격했으며 탈레반도 간헐적인 대공포 응사로 저항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현지에 주둔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연락 임무를 수행하며 통신을 지원하고 공습 목표 색출을 도울 상당한 규모의 부대를 증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미군이 100명 이하로 추정되는 소수 지상군 병력을 북부동맹이 장악중인 아프간 북부에 주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병력을 추가파견하는 데에는 날씨와 지상의 화염등과 같은 "문제점이 수두룩하다"면서도 "우리는 이미 달려갈 준비가 돼 있는 팀이 여럿"이라고 말해 추가 파병이 임박했음을 강력 시사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중인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슬람권의 라마단 기간중 공습중단 요구와 관련, 라이스 안보보좌관은 라마단에도 공습을 중단할 수는 없으며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문명사회의 규칙들을 준수한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이들을 끝까지 공격,압박하기 위해서 우리는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집권 탈레반측은 미군의 주간공습도중 북동부 전략거점인 마자르 이 샤리프 부근에서 미국 항공기 한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시의 탈레반 소식통들은 미확인 항공기 한 대가 탈레반 대공포에 맞아 우즈베키스탄 국경 부근 발흐주(州)의 차르 볼락 지역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잘랄라바드의 바크테르 통신 사장인 셰르 샤 함다르는 "미군기 한대를 격추했음을 확인한다"면서 "미군기가 차르 불락에 격추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자세한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또 "몇명의 미국인들이 우리 쪽에 있다"며 미국인 체포를 거듭 주장했으나 억류된 사람들의 숫자와 신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빅토리아 클라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 8시15분(미 동부시간) 현재 격추된 미국 항공기는 한대도 없다"며 탈레반의 주장을 일축했다. 탈레반은 이전에도 미군 헬리콥터 한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즉각 부인한 바 있다. 탈레반의 비호를 받고 있는 빈 라덴도 이날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성명을 발표, "아프간의 이슬람 신도들이 학살당하고 있는데도 파키스탄이 십자가 깃발 아래 서있다"고 비난하고 "십자군의 대 이슬람 공세에 대항하라"며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반발하는 파키스탄내 이슬람 신도들을 선동했다. 파키스탄 국경지역 주민 1천여명도 탈레반에 합류해 대미항전에 나서기 위해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갔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파키스탄의 급진 이슬람 단체 테흐릭 니파즈-이 샤리아의 지도자 몰라나 모하마드 이스마일이 이끄는 친(親) 탈레반 성향의 부족자치주 주민들은 이날 무장을 갖추고 북서변경주(州) 바자우르 자치구쪽 국경을 넘었으며, 탈레반 차량들이 반대편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파키스탄 국경도시 퀘타의 변호사 70여명도 탈레반측에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며 '지하드'(聖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군과 북부동맹군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과 아프간의 혹한기가 다가오기 전에 마자르 이 샤리프를 탈환, 탈레반 보급로를 차단함으로써 카불로 진격할 수 있는길이 열리길 희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있다. 한편 파키스탄에 있는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은 미군이 칸다하르에서 북서쪽으로 90㎞떨어진 아프간내 최대 규모의 댐·발전소를 공습, 댐이 붕괴위기에 처해 수천명의 목숨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아미르 칸 무타키 교육부 장관은 남부 헬만드 지방의 카자키 댐과 수력발전소가 31일과 1일 7차례나 미군의 공습을 받아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주장하고"지금까지 댐에서 물이 유출되지는 않고 있으나 폭격이 계속될 경우 댐은 파괴돼 수천명의 목숨이 위협받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댐과 발전소가 실제로 폭격을 받았는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는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카불.워싱턴.페샤와르 AFP=연합뉴스) y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