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다음달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에 앞서 3개의 미사일 방어 실험을 연기한다고25일 발표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협정을 둘러싼 러시아 등의 우려를 의식해 취한 첫 관련 조치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뉴욕, 워싱턴, 그리고 자신의 텍사스 목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질 이번 정상회담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이들 3개 실험중 첫번째 실험은 24일 실시될 예정이었으며 2번째 실험은 오는 11월 14일로 예정돼 있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연기 조치로 부시 행정부는ABM 협정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문제에 관해 러시아측과 합의를 도출하는데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측과 미사일 방어 계획 수용을 타협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ABM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럼즈펠드 장관도 이날 지난 9ㆍ11 테러공격 후 ABM 협정이 더욱 적절치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면서 내달의 미ㆍ러 정상회담에서는 국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배치를 금하는 이 협정에 대한 처리 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연기된 3건의 실험이 계획대로 실시됐다면 ABM 협정을 위반한 사례가 됐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직접적 답변을 피하면서 미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자체를 연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972년 체결된 ABM 협정이 국제적인 군축ㆍ 비확산 노력 속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미국에 촉구했다. (워싱턴ㆍ모스크바 APㆍAF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