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강경파인 레하밤 지비(74) 이스라엘 관광장관이 17일 오전 동예루살렘의 한 호텔에서 암살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경찰이 발표했다. 지비 장관은 동예루살렘내 팔레스타인촌 부근 하얏트 리전시호텔에서 한 암살자의 총격으로 머리와 목 등에 중상을 입고 인근 하다사 대학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머리와 목에 총탄을 맞아 심장박동이 거의 멎은 상태여서 응급처치에도 불구, 상태가 계속 악화된 끝에 결국 숨졌다. 암살자는 호텔 방 입구에서 지비 장관을 향해 3발의 총격을 가했으며, 함께 있던 부인이 놀라 뛰쳐 나와보니 피가 흥건한 채 남편이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탄피 3개를 수거했으나 호텔 종업원과 투숙객들이 총성을 듣지못한 점에 비추어 범인들이 소음장치를 장착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치안당국은 이 사건 직후 모든 각료들에게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외출을 중지하고 자택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은 사건 후 이스라엘군이 지난8월27일 미사일 공격으로 알리 아부 무스타파 PFLP 지도자를 살해한 데 대한 응징차원에서 지비 장관을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초강경 민족주의 성향 민족연합당 당수인 지비 장관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평화안에 반대, 15일 샤론 총리가 이끄는 연립내각에 사직서를 제출한 골수 강경파이다. 장성 출신인 그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히틀러, 이스라엘내 아랍인들을 암세포로 비유해 유명해졌으며,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깡마른 얼굴 때문에 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별명과는 달리 이스라엘군이 아라파트 수반의 자택을 폭격하고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랍 및 팔레스타인에 대해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그는 치안당국의 경호원 추가 배치 조치를 거부, 피격 당시 경호원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