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은 1905년 국내 최초로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1968년 경북 달성에서 10여명이 탄저병에 걸렸고 이중 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당시 역학조사 수준이 낮았던 탓에 정확한 감염경로와 원인은 기록돼 있지 않다. 68년 이후부터 93년까지는 학술적으로 확인된 탄저병 감염 사례가 없다. 지난 94년 2월 경북 경주시에서는 탄저병에 걸린 소를 태우거나 땅에 묻지 않고 밀도살해서 나눠 먹었던 환자 23명중 3명이 사망한 사실이 있다. 또 작년 7월에는 창녕에서 5명의 환자가 발생,1명이 숨졌다. 이들 탄저병 환자도 원인 모르게 죽은 암소를 나눠먹은 뒤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발생한 탄저병환자의 대부분은 원인 모를 병에 죽은 소에 대해 경계심을 갖지 않고 먹다가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죽은 소를 팔팔 끓이거나 구워먹지 않고 날로 섭취하다 숨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체로 탄저병에 걸린 고기를 1백도로 끓여 먹을 경우 이 과정에서 탄저균이 대부분 죽는만큼 감염될 위험성은 거의 없다. 실험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1백20도 이상에서 15분 이상 가열하면 탄저균이 전멸한다. 따라서 병에 걸린 소고기를 함부로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우편물로 전달되는 탄저가루는 대부분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단독 또는 복합 감염을 일으킨다. 이상한 우편물은 손이나 피부로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흰색의 탄저가루가 보이는 곳에서는 입과 코 등을 막고 호흡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 탄저병은 법정 가축전염병이다. 사육중인 소들에게 반드시 예방백신을 맞혀야 한다. 주한미군의 경우 북한의 전쟁유발위험이 높아질때마다 탄저병 예방백신을 맞아 왔으며 지난 98년부터는 매년 예방접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탄저병으로 인한 증상은 상당히 심각하다. 장(腸)탄저나 호흡기탄저의 경우 제때 항생제로 치료해도 치사율이 매우 높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과 사람끼리는 피부접촉이나 호흡을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균력이 강화된 최신 항생제를 복용하면 탄저균을 상당부분 제압할 수 있다. 초기 감염 환자의 경우 항생제로 치료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탄저균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거의 없어 페니실린이나 독시사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로도 쉽게 치료된다. 그러나 페니실린은 주사로 맞아 불편한 데다 일반인의 5∼10%에게서 알레르기나 쇼크를 일으키기 때문에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탄저병 치료에 경구용(먹는) 퀴놀론계 항균제를 널리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시프로플록사신 노르플록사신 오르플록사신 등이 있다. < 도움말 = 우준희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감염내과 교수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