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오사마 빈라덴을 제3국으로 인도할 용의가 있다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새 제의를 단호히 일축했다.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주말을 보낸 후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귀임한 부시 대통령은 헬기에서 내리면서 기자들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빈 라덴 뿐 아니라 그가 숨겨 주고 있는 동료와 테러요원들의 신병을 인도하고 그의훈련기지를 폐쇄하는 것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탈레반 정권의 서열 3위인 하지 압둘 카비르 부총리는 공습 여드레째인 이날 "폭격이 중단되고 빈 라덴이 지난 9월 발생한 연쇄 테러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그를 미국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제3국으로 인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기회'를 거부한 탈레반 정권의 전날 반응보다는 다소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고 "그들은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군사 작전이 중단되기를 바란다면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의 유죄를 알고 있으므로 죄가 있느냐 없느냐를 새삼 논의할 필요는 없다"며 증거를 둘러싼 논란에 말려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기독교를 전도했다는 죄목으로 억류돼 있는 서방 구호요원 8명을 석방하라고 아프간에 촉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