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까많게 썩어가며 사망에 이르는 탄저병의 병명 'anthrax'는 그리스어로 '석탄'(anthrakis)에서 유래됐다. 19세기 중반 독일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감염 부위에 따라 피부탄저병, 위장관탄저병, 호흡기 탄저병 등으로 나뉜다. 피부탄저병은 대개 토양이나 풀 속의 탄저균에 감염된 가축과 접촉했을 때 상처를 통해 감염되며, 초기에 감염부위가 붓고 가렵다가 물집이 생기나 대부분 페니실린 등의 항생제를 쓰면 어렵지 않게 치료된다. 위장관탄저병은 탄저균에 감염된 육류를 먹었을 때 걸리며 구토와 고열을 거쳐 심할 경우 패혈증으로 진행되며 치사율이 25-60%로 비교적 높지만 발병률은 낮다. 가장 무서운 유형이 이번에 미국에서 발병한 호흡기탄저병이다. 말그대로 호흡기를 통해 전염돼 확산성이 매우 높으며 초기에 고열,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 호흡곤란,오한,부종 등의 증상이 이어지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 탄저균이 몸 안에 침투하면 5-60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데 일단 발병하면 급속히 몸 속의 조직세포를 파괴하는 독소를 만들어 1-2일만에 70-80%가 사망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90년 이후 94년 경북 경주 28명(사망 3명), 95년 서울 2명(사망 1명), 지난해 경남 창녕 5명(사망 2명) 등 모두 35명의 탄저병환자가 발생, 6명이 사망했으나 모두 피부 및 위장관탄저병이었고 호흡기탄저병 환자는 발병 사례가 전혀 없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탄저병의 경우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일단 발병하면 진행속도도 매우 빨라 치사율이 높다"면서 "현재로서는 초기 감염단계에서 집중적인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