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플로리다와 뉴욕에서 탄저균 감염사례가 확인되고 네바다주에서도 한 우편물이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 전역에 생화학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내에서 탄저병에 대한 우려는 지난 5일 아메리칸 미디어 산하 타블로이드판신문인 플로리다주 보카 라턴의 '더 선'지의 사진 편집인 로버트 스티븐스(63)이 호흡형 탄저균에 감염돼 사망하고 뒤이어 두명의 동료가 같은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제기되고 있는 생화학테러에 대한 우려와 관련, 플로리다주의 탄저균 감염사례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력,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FBI는 수사 결과,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3건의 탄저균 감염사건은 테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신 형사사건의 차원에서 본격적인 범죄수사에착수했다. 하지만 FBI의 수사방향이 결정된 지 하루만인 12일 뉴욕의 NBC방송국 본사의 여직원 한 명이 탄저균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고 뒤이어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한 기업체에 배달된 한 우편물에서 양성으로 추정되는 탄저균이 발견되면서 이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생화학무기 테러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같은 날 뉴욕 타임스지와 NBC방송의 저명 앵커인 톰 브로코 앞으로 보낸서한에도 정체불명의 분말이 묻은 우편물이 배달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테러 가능성이 의심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그러한 우려는 차츰 공포로 바뀌고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 뉴욕 및 네바다 등지에서 발생한 일련의 탄저균 감염사례가 드러난 시점과 의문의 분말이 담긴 우편물들이 전달된 시기가 거의 비슷하고 그대상이 주로 언론계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달 11일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동시테러 이후, 그것도 FBI가 수일내에 미국내 또는 해외에서 또다른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탄저균또는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미확인 물질이 거의 동시에 우편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연의 일치가 아닐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탄저병 환자 발생이 확인된 플로리다주의 '더 선'지와 뉴욕의 NBC방송 뿐만아니라 의문의 가루물질이 담긴 우편물이 전달된 뉴욕 타임스지 등이 모두 언론기관이라는 사실 또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서를 토대로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터진 탄저균 감염사례가단발성 범죄사건이 아닌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일 가능성이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NBC방송 여직원의 탄저균 감염사실이 확인된직후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이 여전히 위험 속에 놓여있지만 정부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미국민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미국 주도하의 대(對)아프가니스탄 공습 개시를 전후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가 26일만인 12일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탄저균 발병사건이 테러일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해 민심을 흔들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공영방송인 PBS와의 회견에서 이번에 확인된 탄저균 감염사례들이 지난 달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청사에 대한 테러를 배후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테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총괄하고 있는 FBI는 일단 플로리다주의 탄저균 감염사례가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짓고 NBC 여직원의 탄저균 감염도 테러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록 발생한 도시는 다르지만 시간대와 표적이 거의 일치해 생화학무기 테러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건들이FBI의 현재 판단처럼 단순 범죄에 불과한 것인지의 여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ksshi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