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형제들에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유대교와 기독교, 힌두교를 믿는 이교도들도 결코 평화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공습이 계속되면 우리 민병대원들이 신의 이름으로 이교도와 외국인들을 살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손을 가질 수도 있다" 파키스탄-아프간 접경도시 페샤와르의 소식통들은 파키스탄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급진 이슬람정당 자미앗-울 이슬라미(JUI) 지부장 몰라나 아타우르 라흐만이 9일 오후 시위에서 이같은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폭력사태가 시가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발루치스탄주 퀘타를 비롯해 펀잡주 라왈핀디와 시알코트, 사히왈, 북서변경주(NWFP) 페샤와르와 노슈와르, 수도 이슬라마바드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연이틀 과격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이틀째 시위가 벌어진 라왈핀디와 페샤와르의 시위대는 아프간 공습 비난과 반미 구호를 넘어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무샤라프 군사정권이 지속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에 문을 열어줬고 이슬람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성스러운 행동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무샤라프와 미국은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통속이다" JUI와 자맛-에 알 수낫, 시파-에 샤바 등 이슬람 단체들의 주장은 반미와 반정부.반체제가 결합되는 양상이다. 라왈핀디에서 시위대를 이끈 울라마(이슬람 율법학자) 자후르 아흐메드 알비는"파키스탄은 전세계 이슬람의 권리를 보호할 책무를 띠고 있다. 그러나 무샤라프는미국과 손잡고 전쟁을 벌임으로써 이슬람에 엄청난 위해를 가했다. 그는 파키스탄모든 이슬람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열을 올렸다. 시위대는 파키스탄 TV방송들도 미국의 편에 서 있다며 거침없이 비난했다. "우리 무자헤딘과 이슬람 지도자 대신 블레어와 부시의 얼굴을 매일 비춰주는방송은 이슬람의 명예를 더럽힌 해적방송이나 다름없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미국의 두번째 목표가 파키스탄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울라마 지도자들이 모스크와 거리에 모인 시위대에 "우리 영공과공군기지를 내주고 결국 미 지상군이 우리 땅에 들어오면 파키스탄은 결국 그들의땅이 되고 말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항의하면 그들은 아프간 형제들과 마찬가지로우리에게도 무자비한 폭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NNI통신이 시위사태 이틀째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민들중 70%가 미국의 아프간 공습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75% 이상이 미국에 의해 제시된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연루증거가 믿지못할 수준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30%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며 정부에 지지의사를보냈지만 그들의 주장은 성난 이슬람의 물결에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