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미사일과 폭탄을 연일 퍼붓는 한편으로 난민들에게 식량과 함께 선전지와 라디오를 투하하는 등 강력한 심리전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은 7일 밤(이하 현지시간) 공습이 전격 개시된 후 약 9시간만인 8일 새벽난민 거주지에 식량 3만7천500인분을 투하했다. 공습과 식량 지원 병행은 전쟁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심리전으로 공격 대상이 아프간 국민이 아닌 테러분자들임을 강조함으로써 탈레반 정권을 국민에게서 유리시키는 동시에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회교권에 대한 기독교권의 공격'으로 몰고가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전략을 무산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옛 소련군 침공 이래 계속된 내전으로 아직도 아프간인 수백만명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일 아프간 난민들에 대해 식량, 의약품, 월동용품 등 3억2천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아프간 국경 부근에 항공기를 밤낮으로 띄워 놓고 전쟁의 원인과 공격 목표 등을 설명하는 대민(對民) 방송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각종 방송 장치를 갖춘 EC-130 항공기는 걸프전 때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에 투입됐으며 이라크군의 대규모 전향과 투항을 유도해 양측의 희생자를 크게 줄이는 등 맹활약 했다는 게 미국 국방부의 평가다. 미국은 난민들이 대민 방송을 청취할 수 있도록 식량, 의약품 등과 함께 라디오도 투하할 계획이며 탈레반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는 전단을 현지어로 제작, 대량 살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아프간에 문맹자가 매우 많은 점을 고려해 '그림과기호'도 전단에 그려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독일 람슈타인공군기지에서 발진한 대형 C-17 수송기 두 대가 아프간 남부와 동부의 길이 1.6㎞, 폭 4.8㎞ 지역에 살포한 '인도적 일일 배급식(HDR)'은 개당900g짜리(비용 약 5천200원)로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들어 있으며 이슬람 신도들의 식생활을 고려해 동물성 음식은 일체 포함되지 않았다. 밝은 노란색의 이중 플라스틱 용기 표면에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미국국민이 주는 식량 선물입니다. 이 포장에는 완전한 하루치 식량이 들어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한 남자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 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