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습에 대한 항의시위 도중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반미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아프간에 인접한 군사도시 퀘타에서는 8일 1만명에서 1만5천명의 시위대가 반미시위 도중 상가와 경찰서에 방화하는 등 소요를 일으켰으며 경찰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했다. 또한 퀘타 공항 인근에 위치한 유엔아동기금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으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병원 관계자는 총상을 입은 시위대 1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 중에서 총상환자가 6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목격자들도 시위 도중 자동화기가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으나 어느 쪽에서 발포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일부 성직자가 대미 성전을 촉구한 가운데 시위대가 건물과 차량에 방화하는 등 과격시위를 벌임에 따라 진압에 나섰다면서 시위진압을 위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외국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세레나 호텔과 유엔 사무소도 시위대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반미정서가 모든 외국인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유엔 아동기금과 난민고등판무관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시위대가 사무실에 돌을 던지고 방화를 했다면서 사무실 일부가 파괴됐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퀘타에는 시위진압을 위해 군병력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반미시위는 파키스탄 전역에서 펼쳐졌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퀘타와는 달리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만에서는 1만여명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허수아비에 대한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 아프간을 공격한 미국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까지 강력히 비난했으며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와 페샤와르, 카라치, 라호르에서도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에 대한 지원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의 자제를 호소한데 이어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의 지도자인 파즈루르 라만을 가택연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원 수백명이 자카르타 소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아프간 공격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직까지 외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행위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 과격단체가 잇따라 외국인에 대한 공격을 경고하고 있어 주미대사관과 미국대사관저 등에 대한 경비가 크게 강화된 상태이다.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지역을 중심으로 반미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인도도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자국 내 미국 시설물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이슬람교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카슈미르에서는 이날 경찰이 경고사격을 가할 정도로 격렬한 반미시위가 발생, 20명이 부상했다. 이밖에 팔레스타안 자치지역 내 가자시티의 한 대학에서는 반미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경찰 1명 등 2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퀘타 AFP.A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