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미국 테러 이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테러 응징 담화를 발표하더니 특명 전권 대사를 자임한 듯 3일 만에 독일 프랑스 미국을 들러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가해 공조를 다짐하는 기동력을 과시했다. 급기야는 미국의 유일한 파트너로 보복 공격에 참여해 미국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찬사와 비아냥이 교차하고 있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전성기를 누리는 블레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뉴욕타임스는 1면에 그의 사진을 실었다. 워싱턴포스트도 블레어 총리가 20페이지짜리 공식문서를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의 배후라고 강조했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하지만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미국인들은 대(對)테러 국제연대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것인지 블레어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레어 총리의 적극적인 대응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영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미국과 같은 표적이 되고 유럽 내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