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미국 주도의군사 공격에 정면 대항할 태세를 거듭 표명하는 가운데 2일 탈레반 정권이 머지않아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일 영국 BBC방송 회견에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행동을 취한다고 보며 우리는 이런 사실을 탈레반에 전달했다"면서 탈레반의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또 토니 블레어 총리가 2일 브라이턴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 연설을 통해 탈레반 정권에 대해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던지 아니면 공격을 받던지 양자택일 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군사행동을 곧 개시할 지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빈 라덴과 테러조직 알-케에다가 9.11 테러의 배후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비밀정보를 각 대사관이 주재국 정부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서도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오바이둘라 탈레반 국방장관은 파키스탄 국경 인근에 주둔 중인 전사들에게 외국 침략자에 맞서 전력을 다해 싸우라고 촉구했다. 오바이둘라 장관은 "우리의 적이 강하지만 우리의 신은 가장 강력한 존재"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고 아프간이슬람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는 지난달 30일 탈레반 정권이전복될 경우 장기적인 유혈 게릴라전을 전개하겠다고 위협했다. 탈레반은 또 아프간 내부에서 자히르 샤 전 국왕에 대한 지지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코스트, 파크티카, 파크티아 등 3개주의 통치권 일부를 족장과 지역 대표에게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2일에는 외무부 차관을 통해 반군들이 자히르 샤 전국왕을 새 정부의 명목적인 수장으로 내세우려는 시도는 미국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해군 함정 5척이 2일 일본 남부의 항구를 출항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 함정들은 4만t급 수륙양용 공격함 에섹스호, 1만5천t급 부교선저먼타운호와 포트 맥헨리호, 그리고 1만3천t급 기뢰제거선 2척 등으로, 대(對)테러전에 투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는 태평양 제7함대 소속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재출항한 지하루만에 취해진 조치다. 한편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웬디 챔벌린 미국 대사와 면담하고 테러사건 수사진행 상황을 포함한 제반 문제를 논의했다. 리아즈 모함마드 칸 외무부 대변인은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빈 라덴이 테러 배후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고 한 만큼 우리는 이를 공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카불 이슬라마바드 AP 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