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겨냥한 동시다발 테러직후 사우디 아라비아 당국이 미국 내에 흩어져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친인척 24명을 모아 전세기편을 이용해 대피시켰다고 30일 뉴욕타임스가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빈 라덴의 친인척 24명이 반이슬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사형'(私刑)을 우려해 주미 사우디 대사관의 주선으로 미연방수사국(FBI)의 보호아래텍사스주의 모처에 모여있다 테러사건 3일 뒤 비행기 이착륙이 재개되자마자 전세기편으로 미국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빈 라덴의 친인척 대부분 미국내 고교나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이었다. 미국에 있던 빈 라덴의 형제 2명 중 1명은 테러사건 직후 사우디 대사관에 다급하게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며 대사관측은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은신처를 마련해 그를 보호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를 맡고있는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병중인 파드 국왕이 "미국전역에 빈 라덴의 형제들이 흩어져 있다"면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는긴급메시지를 대사관측에 보낸 것으로 밝혔다. 사우디의 재벌가문인 빈 라덴가는 지난 94년 오사마 빈 라덴이 예멘으로부터 무기를 밀수하다 체포된 뒤 그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오사마는 52명의 형제 중 유일하게 이슬람 극단주의의 길로 들어섰으며 지난 80년대 초에는 반다르 왕자를 만나 아프가니스탄의 구소련 점령군에 대항한 이슬람 연대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는 등 사우디 왕실과도 교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