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에 직면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고육책으로 정부기능을 기존의 5%로 축소, 공무원 5만여명을 동원한 전시체제를 가동한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재정.교육.통신.교통.수도.종교부 등 23개 부처의 공무원들이 모조리전장에 배치돼 탈레반 정권의 일상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 들었다. 탈레반은 또 근거지인 남부 칸다하르와 전시사령부 크호스트, 수도 카불의 주요보안지역에 `암구호 통행령'을 발동, 매일 바뀌는 암구호를 대지 못하는 통행자는무조건 체포하고 불응하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연합뉴스가 파키스탄 현지 정보통으로 부터 입수한 탈레반 전시상황 정보를 통해 파악됐다. 이에 따르면 탈레반은 최근 종교부 5천명, 수도부 4천명, 근로부 1천200명, 통신부 1천500명 등 약 5만명의 공무원들에게 전쟁동원령을 내렸으며, 이중에는 고위급 간부들도 포함됐다. 이 명령은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를 통해 하달돼 각료회의 부의장인물라 하산이 각 부처에 지시했다. 이들 공무원은 크호스트 전시사령부의 잘라루딘 하카니 합동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이미 징집된 무자헤딘 군대에 편입됐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은 종전의 돈벌이였던 목재.식품 밀교역에 단속조치가 내려진데다 평균 1천루피(약 7-8달러) 안팎의 월급조차 받지 못해 동원령에 반발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이와함께 미국의 공격으로 칸다하르와 잘랄라바드 등 전략거점에서 퇴각할 경우에 대비,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발루치스탄주와 북서변경주(NWFP)에 대체사령부를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작업은 구 소련 항전에 참여했던 군사 베테랑인 사피 장군이 맡고 있다. 자료를 수집한 정보통은 "탈레반 정권의 통치기능이 곳곳에서 누수현상을 보이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지만 물라 오마르의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게 집행되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보통은 파키스탄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북서변경주 종족자치구역 관리들이 탈레반 내부정보에 정통하며, 전략거점 중 한 곳인 아프간 잘랄라바드와 파키스탄 접경도시 페샤와르 사이에는 전화선이 `브릿지'로 연결돼 있어 양쪽간 통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옥철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