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에 몰리자 내부단속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거의 매일 '샤리아'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미항전을 외치며 전시체제에 동원된 민병대와 아프간 국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옛 소련과 같은 운명에 봉착하고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전쟁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항전의지를 불어넣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의 내부 지지기반은 곳곳에서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어 오마르를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낭가하르와 파크티야, 크호스트 등 변방지역에서는 지도력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지역에서는 한때 헤라트주의 지사로 탈레반 정권에 충성했던 민병대 사령관 이스마일 칸이 이미 탈레반에 등을 돌렸다고 파키스탄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스마일 칸은 서부 일원에서 7천명의 병사를 규합, 반군측에 합류한 뒤 영토탈환 작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과 협력한 북부동맹(NA)의 공세를 굳건히 막아내고 있다고 주장하던탈레반도 이번 주 들어서는 전략거점 중 한 곳인 마자리 샤리프 지역을 반군측에 내줬다고 시인했다. 게다가 북동부 접경지역인 크호스트와 파크티야에서는 자히르 샤 전 국왕의 지지세력이 힘을 얻어 통치력 누수가 가속화되고 있다. 파키스탄 북서변경주(NWFP)와 같은 종족인 파슈툰족 주민들이 주로 분포한 이 지역은 북부동맹과의 유대는 거의없지만 반 탈레반 정서는 이미 강하게 형성된 상황이다. 이들 지역에서 파키스탄 접경도시 퀘타와 페샤와르로 넘어온 아프간 난민들은상당수가 탈레반 정권의 권력욕과 부패상에 치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마르가 최근 반 탈레반 움직임을 보여온 크호스트주 지사 굴 아그하를 교체한것도 내부의 심상찮은 동요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단속조치로 해석된다. 오마르는 크호스트 주지사 외에도 개전시 초기대응 작전을 지휘할 신속대응 사령관에 전투경험이 많은 자신의 측근인 잘라드 우드 딘 하카니를 기용, 친정체제를강화했다. 또한 흔들리고 있는 지역 사령관들을 달래기 위해 물자교역을 비롯해 돈벌이를할 수 있는 수단도 열어주고 있다고 파키스탄 소식통이 말했다. 이 소식통은 "잘랄라바드를 비롯해 아프간내 주요 도시들에서 물자교역이 그대로 성행하고 있다"며 "전쟁물자를 비축하던 탈레반이 지역 민병대 지도자들에게 살길을 터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민병대 사령관들은 그동안 파키스탄과의 물자교역을 통해 돈벌이를 해온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레반이 이처럼 강온 양면전략을 통해 내부 동요를 수습하고 있지만 지지기반이 그대로 유지될 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슬라마바드의 유엔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영토의 90%를 장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90%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상당수 아프간 주민들이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질처럼 탈레반 휘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옥철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