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워싱턴에서 대참극을 빚은 동시 테러로 세계 최강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미국이 사건 발생 2주일이 지나면서 보복 공격의 칼을 가는 한편으로 정상적인 일상 생활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3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인근의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반기로 게양돼 있던 국기를 다시 정상 위치로 올려 놓았다. 지난 11일의 동시 테러 이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전날 저녁까지 반기로 게양돼 미국 국기가 제자리를 찾은 것은 경제 경제 활동 위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생활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절차로 풀이되고 있다. 사건 직후 모두 취소됐던 야구, 미식축구, 골프 등의 운동 경기와 각종 공연이 잇따라 다시 열리고 있고 사건의 현장인 뉴욕 세계무역센터 옆의 배터리 팍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주민들이 자기 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됐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아직도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수사 당국은 테러 혐의자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걸프전 이후 10년만의 첫 대규모 전쟁을 위한 준비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전날 우즈베키스탄에 군용기를 배치하는 등 아프간 침공에 앞서 화력 증강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주(州) 방위군과 예비군 5천여명을 추가로 동원했다. 국방부는 미사일 투하와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B-52 폭격기를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인근에 추가 배치하고 고공 정찰기를 파견했으며 버지니아주 노퍽해군기지의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이어 일본 요코스카항에 있던 키티 호크호도 지난 21일 현지로 향했다. 외교 전선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국제 연대를 확보하기 위한 숨가쁜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날 파키스탄과 인디아에 경제 및 군사 원조를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해제, 테러 주모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인 아프간 공격에 필수적인 이들 나라의 지지를 얻어낼 교두보를 마련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가 아프간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아프간의 수교국은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2개국만 남게 됐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는 미군 전투기의 영공 통과와 공항 이용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40여분에 걸쳐 통화를 갖고 유엔의 승인을 전제로 아프간 침공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망인 알 카에다의 미국내 세포조직 4-5개를 적발했으나 지난 11일 공중납치한 민간 여객기 4대를 몰고 자살 공격을 감행한 테러범 19명과의 연관성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