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응징'에 나선 미국의 침공을 눈 앞에 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시내는 대낮에 약탈, 절도 등이 성행하고 탈레반 소속 안전요원들의 무차별 총격도 가해지는 등 법과 질서가 붕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1일 한 카불 주민의 말을 인용, 미국 침공을 앞두고 주민들의 피난이 점차 늘어나면서 현지에 남아 있는 가옥 등을 대상으로 약탈 행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지난 18일 정오쯤 중무장 요원 예닐곱명이 탄 차량이 이웃집으로 찾아와 재산을 약탈해갔지만 이들이 강도인 줄 알면서도 무기를 들고 있어 이웃을 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망연자실한 한 남성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탈레반들이 집권 후 법과 질서를 가져다 줬다고 자랑해 왔는데 이들이 말하는 '안전'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주민들이 항의 시위라도 벌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불안해했다. 집안에 침투한 권총강도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한 주민은 약탈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장 약탈자들은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종교 경찰로 위장, 무기 보유 여부를 체크한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집에 들어가 무차별 강탈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지난 96년 아프간을 통치하게 되면서 무정부 상태하의 카불 시내에 '법과 질서'를 가져왔으나 '9.11 테러 참사'에 따른 미국의 침공 위협으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약탈 행위들이 빈발하고 있으며 탈레반측은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