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를 바라보는 중국인들 사이에는 동정론 못지 않게 날카로운 반미(反美) 감정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CNN은 중국인들의 이런 상반된 감정은 사이버공간은 물론, 거실과 식당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반미 포스터에는 이번 참사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이 "세계를 구한 영웅들"로 묘사돼 있는가 하면 "미국은 공격당할만 하다"는 자극적 내용도 나타나 있다. 베이징(北京) 대학의 한 학생은 "테러는 나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미국에 교훈이 됐다고 본다"며 "미국은 이제부터라도 이전처럼 그렇게 거만하거나 무모한 태도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극적 테러를 접하면서도 중국인들 사이에 이처럼 큰 반미 감정의 파도가 몰아치는 데에는 중국이 근세 150년간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굴욕을 겪었다는 역사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지난 99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코소보 공습때 베오그라드의 중국 대사관이 폭격기의 오폭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점과 올 4월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 등은 반미 감정의 불씨에 석유를 뿌린 것과 같았다. 여기에다 서투른 외교정책과 군림하는 듯한 태도로 미국은 중국인들에게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하는 무뢰한 정도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미 테러 희생자들은 동정하면서도 예외없이 이번 사건이 미국의 패권주의적 외교 정책이 불러온 결과라고 비난한다. 한 대학생은 "미국은 이제야 폭격당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들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됨에 따라 대(對)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중국 정부가 이를 정작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임을 증명할 것인지 아니면 당내 보수파들에 의해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극단적 반미 감정에 영합해 팔짱만 낀채 곁에서 지켜만 볼 것인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 특파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