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지시한 것으로지목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가족들이 그와 인연을 끊고 사는 지는 오래다. 그러나 엄청난 테러가 빚어지면서 이들은 빈 라덴과의 관계 때문에 새삼 곤혹스러워 하며 그와의 관계가 이미 오래 전에 단절됐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19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이 50억달러에 달하는 사우디 빈라딘 그룹은 모터롤러, 제너럴 일렉트릭(GE), 스내플, 노키아, 텔랩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여러 사업에서 제휴를 하고 있다. 제다에 본사를 두고 오사마 빈 라덴만 제외한 빈 라덴가(家)의 50명 일가친척들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빈 라딘 그룹은 지난 31년 설립돼 부동산개발, 통신, 엔지니어링, 일반제조업 등 여러 부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영국의 호출기 회사 멀티톤 전자는 최근 사우디내 판매대행법인인 바우드통신이빈 라딘 그룹 계열사인 것을 테러 사건 이후 알고 바우디통신이 테러활동과 관련이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입증될 때까지 제휴를 중단키로 했다. 네덜란드의 ABN 암로 은행은 자사가 40% 지분을 갖고 있는 사우디 홀란디 은행이 빈 라딘 재벌과 거래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은행은 빈 라딘 그룹이 테러행위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면서도빈 라딘이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위험부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주변의 시선이 이처럼 곱지 않자 빈 라딘 그룹은 지난주말 성명을 내고 자신들이 오사마 빈 라덴과 어떤 관련도 없고 더더구나 테러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가족들간에 개인적인 접촉이있다고 믿고 있다. 미 의회의 테러관련 전담실무팀장인 요세프 보댄스키는 "일부 형제들이 오사마빈 라덴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댄스키는 형제들이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테러활동을 지원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터롤러 등 일부 기업들은 사우디 빈 라딘 그룹에 무선장비 등 상품들을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미국정부가 이같은 거래행위를 제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