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 전쟁 수행을 위한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병력 동원안을 유일하게 반대한 하원의원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판 쇼비니즘(광신적이고 배타적인 애국주의)의 표적이 된 주인공은 자그만체구의 흑인 여성인 바버라 리(55, 민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으로 지난 14일 실시된 표결에서 420대 1로 통과된 병력 동원안에 유일하게 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안은 상원에서 98대 0의 만장일치로 가결됐으므로 리 의원은 상하 양원을 통털어 유일한 반대자인 셈이다. 리 의원은 전에도 단독 또는 동료 의원 몇 명과 함께 파병안 등에 부표를 던진경력이 있는 의사당내의 대표적 평화애호주의자로 "대통령 1인의 전쟁 시기 및 장소결정권 독점은 의회의 권리를 너무 양보하는 조치"라는 게 반대 이유였다. 리 의원은 그러나 표결 이튿날인 15일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의사당 안에서조차 경찰이 따라 다닐 정도로 삼엄한 경호를 받는 신세가 됐다. 비난과 욕설 전화와 e-메일이 수천통씩 밀리는 바람에 집무실 통신은 진작에 마비됐고 음성 사서함은 용량 초과로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리 의원은 같은 날 실시된 테러 복구 및 테러 전쟁 수행 비용 400억달러 추경예산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며 "나도 누구 못지 않은 애국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안은 덕분에 상원 96대 0, 하원 422대 0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리 의원은 "군사 행동은 다차원적인 문제에 대한 일차원적 대응일 뿐"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추진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의미를 철저히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선거에서 낙선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게 리 의원으로서는 그나마 다행한일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지적했다. 리 의원의 지역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버클리와 오클랜드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주 제9지구로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그녀가 수석 보좌관으로 일했던 로널드 딜럼스 전 의원이 28년동안 지키고 있다가 지난 1998년 은퇴하면서 물려준 곳으로 딜럼스 전 의원은 반전주의자로유명한 인물이며 리 의원은 지난해 85%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11일 뉴욕-워싱턴 동시 테러 이후 집집마다, 거리마다, 자동차마다 성조기를 매다는 바람에 성조기가 동이 날 정도로 애국심이 고조됐으마 한편에서는 아랍계에 공격이 이어지는 등 비뚤어진 쇼비니즘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여 조지W.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사원을 직접 방문, 자제를 당부했을 정도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