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 주재 서방 공관들이 19일 필수요원을 제외한 공관원과 가족들을 본격적으로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서방 공관원들의 철수가 군사공격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관측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파키스탄 주재 공관과 자국인들에게 필수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지를 떠나도록 훈령과 통보문을 보냈다.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영국 고등 판무위원회가 발송한 통보문도 보안 확보 차원의 철수를 권고했으며, 특히 발루치스탄 등 아프간과 접경한 북부 국경도시의 주재원들에게는 즉각 현지에서 대피하도록 통보문이 발송됐다. 이슬라마바드의 영국 공관들은 전세기편으로 일부 직원들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 관계자는 "비상상황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직원들을 한꺼번에 소개시키는 것이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예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번 조치가 `소개령'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도 이날 필수요원을 제외한 공관원들의 철수작업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아프간 접경도시 페샤와르 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들이 이날 귀국길에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와 캐나다, 호주, 그리고 유럽연합(EU) 소속 다른 회원국들의 파키스탄주재 공관들도 비슷한 철수 조치를 내려 일부 직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특히 아이들이 포함된 주재원 가족들의 경우 철수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영국계 학교는 이미 휴교령이 내려졌으나 프랑스와 미국계학교는 이날 수업을 진행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키로 결정함에 따라 파키스탄내 반미시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까지는 폭력시위와 테러가 발생했다는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보통들은 이슬람 예배일인 오는 21일 이후 대규모 시위와 공격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미국 지원에 반대하는 30개 이상의 이슬람 정당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