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6만5천명의 사상자만 내고 퇴각했던 러시아(당시 소련) 참전군인들이 미국의 전면적인 아프간 공격을 경고하고 있다. 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은 지금도 지난 1979~1989년 `형제 민족에 대한 지원'을 빌미로 소수 고위층에 의해 은밀히 결정됐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결국은 실패로 끝난 정치적 패착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참여했던 예브게니 젤료노프 의원은 18일 "소련의 예는 아프간이 난공불락의 요새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운을 뗀뒤, "(아프간에서의) 지상작전은 너무나 큰 위험이며 미 행정부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지상전을 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간 참전 용사인 루슬란 아우셰프 잉구세티야(러시아 연방내 북 카프카즈에위치한 한 공화국) 대통령은 "아프간은 발칸지역들과는 달리 탈레반을 마비시킬만한 주요한 간접시설들이 없다"고 지적, 아프간에 대한 공습 역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화력은 민간인을 치는데는 유용할 것이지만,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은 미국의 공습이 미치지 않는 산악지대로 안전하게 피신하게될 것"이라고말했다. 젤료노프 의원은 "아프간은 평원이나 사막 지역이 아니다"면서, "화생방 무기등 금지된 무기들만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참전 용사회의 블라디미르 코스투시첸코 회장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공습에만 그친다면, 새로운 테러범들이 양산되는 것은 물론, 모든 이슬람 국가들의 적대심만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한뒤, 미국이 이 "새로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프간 국민들을 "탈레반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민간인의 희생을 피하면서 테러 기지들에 대해 지상작전을 펴야할 것"이라고 제안한뒤, "소련은 민간인들의 고통을 야기함으로써 아프간의 적이 됐었다"고 회고했다. 러시아는 현재 지난주 뉴욕과 워싱턴 테러에 대한 미국의 모든 조치를 표면적으로는 지지하고 있지만, 자국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옛소련구성 국가들내 자국 기지의 미군 활용 등 적극적인 대미(對美) 지원은 거부하고 있다. (모스크바 = 연합뉴스) 이봉준특파원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