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반미(反美) 테러공격 행위를 비난해온 이란은 17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군사적 보복에도 반대한다고 밝히고, 유엔이 대(對) 테러 투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은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대 테러 국제 행동을 주장하며 유엔이 올바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타미 대통령은 "대 테러 투쟁의 기본이 성급한 대응이어서는 안된다"면서, 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는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예상되는 보복 공격을 비판했다. 이란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은 하타미 대통령이 57개국 이슬람회의기구(OIC)의 세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의장(카타르)에게도 서한을 보내 현재의 민감한 정세를 감안해 조속히 OIC 외무장관 회담을 소집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혀 그가 이슬람세계의 의견 조율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취해질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군사 행동도 반대한다면서 군사 행동은 또 다른 인간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통신 IRNA가 보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만약 파키스탄 주둔과 아프간에 대한 군사 원정을 통해 이 지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면 그것은 미국 자체의 문제들을 더욱 늘리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 테러 투쟁을 위한 국제적인 연합에 이란의 참여 가능성을 탐색하겠다고 밝혀 왔으나 하타미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에서 주도하에 이뤄지는 국제적 연합에는 동참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매주 금요일의 이슬람 기도회 때마다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들을 수 있는 이란의 태도는 미국에서 테러공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크게 바뀌어 지난 주 테헤란 대학에서 열린 기도회에서는 반미 구호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이란인들은 이란 내 미국 이익 대표부인 스위스대사관의 애도 서명록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모르테자 알비리 테헤란 시장과 모하마드 아트리안파르 테헤란시의회 의장은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에게 애도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알비리 시장은 이 서한에서, "테러분자들의 행위는 뉴욕 시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이란 내무장관은 17일 테헤란 북부의 한 광장에서 18일 밤 미국 테러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회를 갖겠다는 집회 신청을 허가함으로써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란에서 친미(親美) 집회가 열릴 수 있게 됐다. (테헤란 APㆍAFP=연합뉴스)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