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18일 종교지도자 회의를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키로 함에 따라 미국의 군사공격을 눈앞에 둔 아프간이 최대고비를 맞고 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빈 라덴을 미국에 넘겨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자신이 아니라 이슬람 종교지도자 회의에 위임했다고 아프간 국영 라디도 샤리아트가 17일 전했다. 오마르는 남부 칸다하르에서 파키스탄 대표단과 만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라덴의 운명은 최고 종교지도자 20명과 전국의 울라마(이슬람 율법학자) 1천여명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압둘 하이 무트마엔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에서 최고 이슬람 위원회가 열린다면서 "회의에서 어떤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가 내려지든 우리는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파키스탄 정보책임자 마흐무드 아흐메드 중장이 이끄는 파키스탄 대표단은 오마르를 만나 이번 위기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논의한 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상황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60% 정도는 있다"고 했으나 파키스탄측과 빈 라덴 인도 문제를 직접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대표단은 전날 담판에서 결론을 내지 못함에 따라 아프간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 오마르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탈레반의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대사는 "빈 라덴의 범행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거해 열리는 법정에서 입증될 경우 그를 국제 관계당국에 넘길 용의가 있다"고 말했으나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요청을 받은 바는 없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권의 근거지이자 빈 라덴의 은신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간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서는 미국의 보복공습을 우려해 지금까지 전체 주민의 절반에 육박하는 10만여명이 탈출 러시를 이루고 있으며, 탈레반 정권의 일부 간부 가족들도 도시를 빠져나와 수도 카불 인근에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다하르 외에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 테러캠프가 운영되고 있는 난가하르, 쿠나르, 파크티아 등에서도 주민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17일 아프간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번 주가 군사공격 개시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본토의 공수사단에 출동 대기명령을 내리고 순양함 빈센스와 구축함 커티스윌버를 인도양으로 급파하는 등 공격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참사 6일째인 17일 국방부 청사를 직접 방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막료들과 통합전략회의를 갖고 군사작전을 총체적으로 점검했다. 부시 대통령은 직후 회견에서 테러 주모자로 지목한 빈 라덴의 신병에 대해 생사(生死)를 불문하고 그를 체포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강력한 처단의지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이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탈레반 정권은 내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테러분자와 이들을 보호하는 나라들은 우리의 실체를 겨냥해 직접 공격을 기도하고 있다"며 비재래식 무기.전술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테러세력을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한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 테러전쟁은 빈 라덴 색출과 테러조직 궤멸을 위한 목적이며 아프간 국민들에 대해 악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슬라마바드.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이기창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