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지난 11일 미국에서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자 즉각 미국과 미국민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발빠른 대응를 보여주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테러 사건 발생 직후 긴급연방안보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어려움에 처한 미국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테러범 검거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베를린에서는 지난 14일 시민과 정치인 등 2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테러에 반대하고 미국에 대해 연대감을 표명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수사당국과 함께 공조수사를 펴고 있는 독일 경찰은 항공기 납치 테러범 3명이 함부르크와 보쿰 지역에서 거주했던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 지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펴는 등 이번 테러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은 미국에 대해 즉각적인 지원과 애도를 표명하고 있으나 미국의 테러 응징을 위한 군사행동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은 테러에 대해 자유세계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미움에 사로잡혀 폭력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돌프 샤르핑 국방장관도 나토가 집단적 자위권 조항을 발동할 경우에도 미국의 테러 보복을 위한 군사행동에 자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샤르핑 장관은 미국이 보복감정에 사로잡혀 성급하게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면서 국제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올바른 해답을 찾는 데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내 좌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군사행동에 독일이 끌려들어가는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녹색당의 빈프리트 헤르만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이 나토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지지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헤르만 의원은 자신을 포함, 수명의 녹색당 의원들이 미국과 나토의 군사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정치권에서 군사행동 참여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이 미국의 보복 군사공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주목되고 있다. 피셔 장관은 서방 세계가 이번 테러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군이 나토 역외 지역의 군사 행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독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독일은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참전을 거부했으나 지난 99년 나토의 유고공습에 참여함으써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파병하는 사례를 기록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주 안으로 군사행동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