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정권에테러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넘겨주든지 아니면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공격을 감수하든지 선택하도록 최후통첩을 전달하기 위해 17일 고위 관리들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했다. 메흐무드 아흐메드 파키스탄 정보부대장을 단장으로 한 6명의 대표단은 이같은최후통첩을 전달하기 위해 탈레반 실권자 물라 오마르가 머물고 있는 남부 요충 칸다하르에 도착, 탈레반측과 회담을 시작했다고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이 17일 전했다. 대표단은 탈레반측에 빈 라덴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사회의 공격을 받게될 것임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신문들은 대표단이 빈 라덴의 미국 테러참사 연루를 입증할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탈레반이 라덴 인도 요구를 거부할 경우 라덴을 제3의 이슬람국가로 넘겨 재판에 회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대표단은 칸다하르에 이어 카불을 방문, 아프가니스탄 주요 관리들도 만날 예정이다. 탈레반 정권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의 인도를 완강히거부하고 있으며 빈 라덴을 '손님'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라 모하메드 오마라 집권탈레반 실권자는 과거 빈 라덴을 비(非)이슬람국가로 인도하는 것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탈레반은 전날 긴급회의를 소집, 미국을 비난하고 빈 라덴이 세계무역센터(WTC)빌딩과 미 국방부 청사에 대한 테러에 개입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제공키로 한 파키스탄 정부의 결정은 그러나 국내이슬람 강경파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아프가니스탄과 2천51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탈레반 정권의 통치를 인정하고 있는 3개국중 하나인 파키스탄의 일부 국민들은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반발, 미국 국기를 불태우고 빈 라덴 지지를 외치며 정부에 대해 자신들은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정권을 위해 총을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이슬람민병대 지도자 압둘 아하드는 이날 아프간 국경과 인접한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항의시위에 나선 군중 1천여명에 "아프가니스탄이 공격을 받는다면우리는 미국과의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도반미시위가 잇따랐다.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은 1억4천만 국민 대다수가 독실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중도적이나 다수 이슬람민병대가 존재하며 수만개의 이슬람학교는 어린이들을 지하드(聖戰)로 내몰고 있다. 이들 민병대들은 잘 무장돼 페레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통치에도 위협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인과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미국에 대한 전면적 협력결정을 설명했으며 이는 다국적군의 파키스탄 주둔을 포함할 수도 있으며 파키스탄 영공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압둘 사타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대미 군사행동 지원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게 될 다국적군에 파키스탄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까지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파키스탄 이슬람 지도자들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빈 라덴을 넘겨주도록 탈레반에 압력을 넣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