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테러공격으로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은 사라졌지만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의 슬픔과 좌절은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14일 미 A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운명의 날이 된 11일 아침 쌍둥이 빌딩 북쪽건물 101층에서 일하던 멜리사 휴즈는 테러발생 직후 죽음을 직감한 듯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남편 션의 자동응답기에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션 , 저예요.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혔는지 폭탄이 터졌는지 모르겠지만 연기가 가득해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당신을 사랑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전화했어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멜리사의 애절한 마지막 인사를 확인한 남편 션은 아내가 마지막으로 있던 뉴욕으로 가려했지만 당국의 비행금지 조치로 애만 태울 수 밖에 없었다. 애절한 사연을 전해들은 한 항공사가 비행편을 제공키로 해 아내가 묻혀 있을 사고현장을 방문할 수 있게 됐으나 션은 여전히 충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고 있던 맨해튼의 주방위군본부 주변에는 션과 같은 애절한 사연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가족의 사진 등을 지닌 채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생존자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테러 당시 105층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브라이언 머피의 가족은 그가 테러발생 20분 전 아내에게 e-메일을 보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울먹였다. 103층에서 근무했던 아내 안젤라 수전 페레즈의 생사를 알아보기 위해 나온 션비트너는 "나를 미치게하는 것은 아내의 생사조차 확인이 안된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아내가 죽었다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다는 말로 참담한 심경을 피력했다. 질리안 폴크는 결혼을 약속했던 케빈 윌리엄스가 테러발생 직후 대피하고 있다는 전화를 걸어왔는데 그 이후에 소식이 끊겼다면서 지난 이틀간 병원과 보호소 등을 뒤지고 다녔지만 케빈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