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자 하즈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비롯한 각계 지도자들은 동시 다발 테러 사건에 대한 응징을 천명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신중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함자 부통령은 13일 이슬람 단체 무하마디야의 이맘 압다루쿠니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공격의 배후 세력으로 이슬람을 지목하지 말아야 한다. 테러는 이슬람의 가르침과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보복 공격을 감행하기 이전에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지난 95년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사건 뒤 미국 의회가 중동 이슬람 단체를 범행 세력으로 단정했던 오류를 다시 저지른다면 전세계 종교간 화해는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민 라이스 국민협의회(MPR) 의장도 13일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사건 당시 미국이 아랍인 2명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해 체포한 전례를 상기시키면서 "보복은 미국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에 큰 실수를 저지른 경험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현 상황에서 미국 관리들은 냉정을 유지해 국가의 이미지를 더럽힐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아야한다고 충고했다. 족자카르타 소재 종교간화해포럼(FPUB) 사무총장 압둘 무하이민은 "미국이 다른국가를 계속 협박한다면 전세계 급진주의 경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남부 술라웨시 이슬람지식인협회(ICNI) 지도자 라 오데 압둘 라웁은 "개인적으로 테러를 비난한다. 그러나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으로 대응하지 말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할루올루 대학 사회.정치학 교수인 그는 "미국이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무고한 민간인들이 무더기로 희생될 수 있다. 무차별적인 보복은 미국에 대한 적대감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