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전자부품 수출업체인 훼이시스 김종문 사장은 요즘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9일 PCB(인쇄회로기판)모듈의 수출용 샘플 12종에 대해 탁송을 의뢰했는데 항공수속을 밟던중 미국의 전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아직도 물건이 한국에 머물고 있어서다. 그간 항공기를 통해 북미지역에 하루 70만∼80만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출해온 광주지역 반도체 생산업체인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11일 출발한 항공기가 현재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로 회항한 것을 비롯해 12일과 13일분 수출 물량도 공항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에 따라 북미지역 하늘길이 13일로 사흘째 막히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는 반도체와 컴퓨터주변기기,옷감 등 화물기 20여대 분량의 미주행 화물 3천여t이 쌓여 있다. 고생 끝에 오더를 따낸 수출업체들은 납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항공화물운송업체도 동병상련의 처지다. 싣기만 하면 '돈'이 되는 예약물량을 창고에 쌓아놓은채 소주잔만 기울이고 있다. ◇부분적으로 열리는 하늘길=인천공항에서 출발 예정인 미국행 노선은 이날도 결항했다. 공항폐쇄에 따른 불편을 감안,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우선 비상착륙했던 비행기부터 이륙할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이에따라 캐나다 화이트호스공항으로 회항,대기중이던 대한항공 KE085편은 14일 오전 9시 당초 목적지인 뉴욕으로 비행할 계획이다. 또 테러 발생 당시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로 운항하다가 미니애폴리스공항에 묶였던 대한항공 KE 093편과 KE 081편 및 KE 037편도 이날 서울로 떠날 방침이다. ◇고통 커지는 업계=신발소재 업체인 경남 김해시 H사도 60만달러의 계약이 걸린 특수합성수지 신제품 샘플을 싣고 미국으로 떠났던 항공기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운송에 실패했다. 마산에 있는 N사도 11일과 12일 미국쪽으로 수출하려던 휴대폰 반제품과 완제품 1천8백만달러어치(16만대)의 물품을 보내지 못했다. ◇대책이 없다=대부분의 업체들은 북미지역 공항이 모두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운송해야 할 물량이 밀려있는 데다 창고 보관료 부담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DPE인터내셔날 코리아 최한경 이사는 "북미지역 하늘길이 3∼4일내로 완전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후진·김희영·김태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