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대미 테러 사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즉각적인 강력 보복 경고와 관련,"진정한 해법"을 모색하는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하버드대 교수의 특별 기고를 소개했다. 이그나티에프 교수는 "안보를 얻기 위해 자유를 희생시켜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무차별적 무력에 의한 응징은 피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내용 요약. 미국은 이제 이름도 얼굴도 없는 적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전개해 나가면서 과연 "자유"와 "안보"의 균형을 어떻게 조절할 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위대한 선구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금언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가슴에 새겨 둘 가치가 있다. "당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근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자들은 자유도 안전도 얻을 자격이 없다" 역사를 보면 종종 강대국들은 정당한 응징이란 기치 아래 자멸적인 행위들을 일삼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대응 방식은 정확한 증거도 없는 가운데 가장 의심이 가는 타깃을 정해 무차별적이고 부적절한 공격을 가하는 오류를 저지르게 만든다. 현재 부시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치는 크루즈 미사일을 이용한 즉각적인 반격이 아니다. 전세계 경찰력을 단합해 수사를 벌임으로써 범인을 색출하고 정당한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그런데 지금 미국 언론을 보노라면 온통 "전쟁"을 외쳐대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전쟁을 선언할 때 자국의 자유는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경계해야 할 자유의 함정은 자국 시민의 자유를 위해 타국민의 자유를 배제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울타리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부당한 감시와 불평등한 처우를 감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덫에 걸려든다면 자유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것이 목적인 테러분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