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시다발적인 테러사건과 관련해 수수께끼중 하나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는 미국의 방공망과 정보망이 어떻게 이처럼 무참히 뚫렸는가 하는 점이다. 미 국무부는 불과 나흘 전인 지난 7일 해외여행중이거나 체류중인 미국민들에게 테러 위협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국무부는 올 들어서만 무려 44차례나 이같은 주문을 했지만 이날 주문의 강도가 가장 높았다. 이번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된 테러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경고했었다. 특히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거론, 비교적 구체적인 대비책을 강구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해외에만 신경을 썼을 뿐 정작 미국 본토 공격에 대한 경계와 보안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어떠한 사전 정보도 입수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1백10층 건물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는 비행기 접근 금지구역이다. 오전 8시45분 이 센터의 남쪽 건물로 비행기가 돌진했는데도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더구나 1차 테러공격이 있은지 18분 후 옆 건물에 또 다른 비행기가 정면 충돌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허술한 방공망을 드러냈다. 특히 이 건물은 8년 전인 1993년 2월26일 폭탄 테러를 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대참사를 가까스로 면한 후 주요 시설물에 대한 보안과 경계 태세가 강화됐지만 8년을 낭비한 꼴이 됐다. 뉴욕에서 1,2차 테러공격이 발생한 후 워싱턴DC도 긴장상태에 들어갔으나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국방부가 희생물이 될지는 예상치 못했다.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2차 공격이 있은 후 50분이 채 안돼 덜레스 공항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비행기가 반대 방향인 워싱턴DC로 돌진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내년 국방예산은 3천4백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국방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미사일방어체제를 내걸고 예산증액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과 정보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런 노력도 테러리스트의 공격 앞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deango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