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군 기지를 습격하고 민간인 차량을 매복 공격, 5명이 사망하자 이스라엘군이 26일 F-16전투기와 헬기, 탱크, 불도저 등으로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퍼부어 양측간 분쟁이 또다시전쟁을 방불케하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스라엘군은 26일 새벽(현지시간) F-16 및 F-15 전투기를 동원,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 경찰본부와 가자지구 남부 데이르 엘 발라, 요르단강 서안 북부의 살피트경찰서 3곳을 폭격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경찰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으며 가자시티의 5층짜리 경찰서 건물이 완전 붕괴됐다고 팔레스타인측은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하난 아시라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들을 사용해 인권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팔레스타인 경찰 관계자는 "미국이 중동분쟁에서 지나치게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전투기 공습 직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탱크의 포격으로 팔레스타인의 14세 소년이 숨졌으며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역에서는 신원미상의 이스라엘 남자가 팔레스타인 저격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또 가자시티에서는 최소한 6대의 이스라엘군 헬기가 아라파트 수반의 집무실 상공을 선회했으나 공격 없이 그대로 돌아갔다. 이스라엘군이 전투기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팔 분쟁이 시작된 후 5월 18일과 8월 10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이날 전투기 공격이 있기 수 시간 전 가자지구 남부 라파지역에 탱크와 불도저를 앞세우고 진격, 팔레스타인 치안대 건물 등을 파괴했다. 또 가자지구 동부 카르니 국경통과소 인근에도 이스라엘군이 진격, 건물 2채를 무너뜨렸고 가자시티 동부지역에도 이스라엘군 탱크 2대가 진입했다 2시간여만에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에 치열한 총격전이 전개됐으며 팔레스타인 경찰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의 이같은 대대적인 전투기 및 탱크 공격은 팔레스타인 특공대가 25일 가자지구 남부 이스라엘군 기지를 습격, 병사 3명을 살해하고 예루살렘 인근을 지나던 민간인을 공격한데 대한 보복이라고 이스라엘측은 밝혔다. 팔레스타인 특공대 2명은 25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의 외떨어진 이스라엘군 기지에 침입, 이스라엘군 3명을 살해하고 다른 7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 기습공격을 가하다 10여 분만에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군 진지에 대해 기습공격을 감행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팔 분쟁이 발생한 이후 11개월만에 처음이어서 이스라엘측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간지 마리브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의 치욕스런 패배"라고 지적했으며 이스라엘군도 팔레스타인 특공대가 어떻게 경계망을 뚫고 침투할 수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내 강경파 조직인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측은 아라파트 수반이 이번 작전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세력들은 25일 밤 예루살렘 북부 모딘 정착촌 인근을 지나던 이스라엘 민간인 차량에 매복 공격을 가해 정착민 부부 2명을 숨지게 하고 동승한 다른 2명을 부상시켰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탱크와 장갑차, 불도저를 투입시켰다고 밝혔다. 로이빈 리블린 이스라엘 통신장관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군기지 습격과 관련, 팔레스타인이 헤즈볼라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같은 일이 재발될 경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블린장관은 아라파트 수반이 "만일 이같은 일을 계속하면 이는 전쟁을 선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