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통신산업에 희미하나마 회생의 빛이 비치고 있다. 노키아 노텔네트웍스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통신기업들은 최근 침울한 2.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통신산업은 죽지 않았다. 단지 자고 있을뿐"이라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들 기업은 내년중 통신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세계 4위 휴대폰생산업체이자 무선네트워크 시스템분야 선두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은 향후 경기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13억3천만달러 손실의 2분기 실적을 보고하면서 "세계 경제를 예측하기 힘들고 통신산업이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에릭슨보다 노키아 등 라이벌업체들의 예측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기술적인 발전이 연말부터 통신제품에 대한 수요을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GPRS"로 불리는 2.5세대 기술을 처리할 수 있는 단말기들이 시장에 본격 출시되면서 휴대폰 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PRS단말기는 기존 2세대 무선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 통신산업의 구세주로 꼽히는 3세대기술이 제공할 첨단서비스의 일부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단말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웹사이트에 언제나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두번째로 기존 무선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줄여온 통신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용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말이나 내년초까지 무선기지국 등의 고가장비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들고 있다. 많은 사업자들이 막대한 빚을 지고 있지만 용량 부족으로 고객을 잃지 않으려면 투자를 해야한는 처지다. 유럽에서 2세대 무선 네트워크의 용량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GPRS가 본격 서비스된다면 용량 부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따라서 업체들이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한다. 낙관론자들은 6개월후부터 통신장비업체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웨덴 레데예의 애널리스트 우르반 에케룬트는 "연말부터 좋은 소식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가 다시 좋아지더라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전성기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유럽에서 휴대폰 단말기는 누구나 갖고 있으며 3세대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단말기 교체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 크레디트 료네이즈의 애널리스트 수잔 앤서니는 "향후 통신산업의 회복은 폭발적인 수요가 아니라 비용 절감에 의해 견인될 것"이라며 "경쟁력있는 기업들은 과거처럼 40%대의 고성장이 아니라 20%대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기사의 소유권은 다우존스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