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맞서 대통령궁 퇴거를 거부하다가 미국행을 결정한 압두라만 와히드 전(前)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이 3개월내에 권좌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5일 ABC방송과 회견에서 "국회의원들이 나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보다 메가와티를 내쫓는 것이 쉬울 것이다. 그녀는 3개월간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와티가 주변 인물들의 부패 의혹 때문에 조기에 권력을 박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그것이 여러가지 이유중의 하나다"라고 밝혀 결국 부패 스캔들로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와히드는 APTN 방송과 별도 회견에서 "개혁에 저항하는 수하르토 추종 세력과 강경파 군부가 국민협의회(MPR)의 탄핵 결정을 주도했다. 이들은 과거 독재시절로 회귀하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66-98년간 집권한 수하르토 체제를 복원시키려는 이들은 앞으로 검열과 국민 생활 제한을 강화할 것이며 그럴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와히드는 덧붙였다. 그는 신정부에 어떤 충고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메가와티에게 어떠한 조언도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민족보다는 개인적 이익을 우선시 했기 때문에 오랜 우정은 끝났다"며 메가와티와 완전 결별을 선언했다. 25일 대통령궁을 찾아온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 의장 아흐맛 샤피 마아립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출국 전에 메가와티를 만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만다면 그녀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그는 또 "주요 정당들이 탄핵 압력에 그렇게 쉽게 굴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혀 권좌에서 축출되기 직전까지도 반대 진영의 진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정적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곧바로 탄핵 결정을 내리겠다고 수차례 천명한 경고를 단순한 협박 수준으로 판단했으며 이들이 결국 자신이 제시한 권력 분점안을 수용할 것으로 오판했다는 것이다. 귀국 후 계획과 관련, 와히드의 전기작가 그레그 바르톤은 "정치권에 강경파 군부의 재등장을 막고 인권 옹호를 위해 시민사회를 단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와히드가 새로운 정당 지도자나 대통령 재출마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혀 정계 복귀 가능성은 부인했다. 국민각성당(PKB) 동부자바 지부장 파투로스지드는 와히드가 귀국 후 자신의 집을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 재임중 통치 방식이 옳았음을 알리고 진실을 향한 평화적인 문화전쟁을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와히드가 대통령궁 퇴거 거부 고집을 꺾고 돌연 미국행을 결심한데는 부인신타 누리야 여사의 설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와히드는 "내가 국민들로부터 고립돼 있으면 그들이 원하는 도덕적 지도를 제공할 수 없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한동안 고심하다가 "좋다. 대통령궁 밖으로 나가자"고 대답, 미국행 결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