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제노바에서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정상회담이 20일 개막, 첫날 회의를 끝냈으나 격렬한 반세계화 폭력시위 속에 1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각국 정상들은 경제문제를 집중 논의한 첫날 회의를 끝낸 후 공동성명을 통해▲에이즈기금 창설 및 빈국 부채 탕감 ▲11월 카타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새 국제무역협상 라운드 개시 ▲세계적인 불황을 피하기 위한 공동 노력 등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세계 경제가 지난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건전한 경제정책과 펀더멘틀이 강력한 경제성장의 견고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열리는 두칼레궁 밖에서는 수만명의 반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이 유혈충돌, 경찰의 총에 맞아 시위자 1명이 사망하고, 경찰 54명을 포함해 150명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보고됐다. 1999년 12월 시애틀 WTO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올 4월 퀘벡 미주정상회담, 6월 예테보리 유럽연합(EU) 정상회담까지 반세계화 시위가 계속 번지고 있으나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사망자가 경찰 지프차를 향해 소화기를 던졌고, 부상을 입은 경찰이 정당방위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면서 지프차 속의 경찰도 여러명 부상했다고 해명했다. 아직 사망자의 신원은 스페인인이라는 것 외에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또 독일인으로 알려진 여성 시위자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현지 TV방송은 보도했다. 현재 제노바시 전체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시위는 거의 대부분 폭력양상을 띠고 있으며, 시내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리에는 깨어진 돌멩이와 화염병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대는 진압경찰에 자갈과 화염병을 던지고, 차를 불태우고 있으며, 상점과 은행을 약탈하고 있다. 2만명의 경찰 병력은 물대포와 최루탄, 곤봉으로 맞서고 있으며, 시위자 수십명을 체포했다. 한편 길이 9㎞, 높이 4m의 콘크리트 방벽을 친 통행금지 적색구역 뒤에서 회담중인 8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시위대의 폭력성을 비난했다. 단지 내년 선거를 앞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정당한 이유 없이 10만-15만명이 몰려드는 시위는 없다"면서 반세계화 시위대에 동조를 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22일 공동 선언문 발표와 함께 폐막될 예정이지만, 반세계화 폭력시위로 얼룩진데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추진과 교토기후협약 탈퇴를 둘러싼 각국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제노바 AP.AFP.교도=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