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적들의 탄핵 추진 저지를 위해 당초 20일 발동키로 했던 비상사태 선포를 연기키로 했다고 아굼 구멜라르 정치.사회.안보 조정장관이 발표했다. 아굼 장관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와히드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오늘비상사태가 선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3일내 (정적들과) 협상이 진전되는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일 정적들과 타협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와히드 대통령이 거듭밝혀왔듯이 국민협의회(MPR) 소집 하루 전날인 오는 31일 비상상태를 선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와히드 대통령이 20일 오후 6시(현지 시간)를 기해 비상사태를 선포키로 했던당초 계획을 철회한 것은 반대진영과 타협 노력이 일부 성공한데다 군과 경찰 수뇌부가 비상조치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MPR 대의원 대부분이 자카르타에 집결, 비상사태 선포시 곧바로 탄핵 논의에 들어갈 준비를 갖춘 점도 와히드가 강경 자세에서 후퇴토록하는데 작용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아굼 장관은 그동안 비상사태 선포를 위해서는 국가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비상조치 계획을 철회토록 와히드를 설득하는 한편,정적들과 타협을 위해 계속 협상토록 권고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동부 자바를 방문, MPR이 국정운영실패 및 금융 스캔들 연루 의혹에 대한 해명연설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문서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비상사태 선포 및 국회 해산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탄핵 저지를 위해 자살특공대를 구성하는 등 대규모 시위나 테러 우려를 낳게 하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자제할 것을 당부, 당분간 정적들과 대화를통한 타협에 주력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한편 수도 자카르타는 군과 경찰이 MPR 건물 주변에서 출입 차량과 사람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폭탄 테러에 대비, 도심 고가도로 등지에서 차량에 대한 불심 검문을 실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비상사태 선포시 야기될 치안불안을 우려해 집밖 출입을 자제하거나자카르타 외곽으로 피신해 도심 통행은 평소에 비해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역 및 직능 대표 695명으로 구성된 MPR 대의원 대부분은 도심 호텔에 집결해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에 대비, 탄핵 결의를 포함한 각종 대응 방안을논의하는 등 바싹 긴장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