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에 처한 압둘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와히드 대통령은 자신의 구명에 앞장서온 바하루딘 로파(66)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한 병원에서 사망함으로써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를 잃었다. 검찰총장직을 맡은지 불과 한달밖에 되지 않은 로파 총장은 자신이 대사로 재직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중 갑작스런 심장 발작을 일으킨 후 급히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로파 총장은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을 비롯해 와히드를 몰아내려는 정계 인사들에 대한 부패 혐의를 내사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인물. "정적"들에게 올가미를 씌워 계속해서 인도네시아 대통령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와히드의 의도가 깔린 조사였다. 정치 분석가들은 "로파 총장의 죽음은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일"이라며 "와히드는 자신의 오른팔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와히드는 지난 2일 정치적 타협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 비상사태 선포와 조기총선 실시를 시사하는 등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 제2당 골카르당 등 주요 정당들은 이미 그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벌써 내각 인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의 알리하르디 키아이데마크 탄핵 특별위원장은 와히드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특별총회를 예정대로 내달 1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