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에이즈 특별총회가 25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막돼 에이즈 퇴치를 위한 지구촌 차원의 공동 협력과 아프리카극빈국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이 역설됐으나 서방과 회교권 국가의 시각 차이로 난항을 겪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이 공중보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최초로 소집한특별총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각국의 지도자에게 "에이즈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매년 2천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유쾌하지 못한 사실들을 직시해 줄 것"을주문했다. 에이즈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있는 아프리카 지역그룹의 대표로 사무총장을 맡아 에이즈 퇴치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온 아난 총장은 "개발도상국의 에이즈 대처예산이 현수준에서 5배 가량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국제 에이즈퇴치 기금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국제 에이즈퇴치 기금으로 연간 70억∼10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밝히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이 약속한 지원금은 6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번 특별총회에 참석한 20여명의 국가원수 중 대부분을 차지한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도 연설을 통해 에이즈 대처를 위한 국제적 지원을 절박하게 요청했다.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에이즈로 아프리카 인종의 멸종위험이점점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고 밝히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가 취약해 에이즈에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에이즈에대한 대처가 더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더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측이 약속한 2억달러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며 에이즈 퇴치를 위한 추가 자금지원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각국 정상과 정부대표들이 에이즈 퇴치와 아프리카 지원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낸 것과는 달리 미 동성애 단체 '국제 게이 및 레즈비언 인권위원회'의 대표 캐런 카플란의 원탁회의 참석문제를 놓고는 서방과 회교권 국가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충돌했다. 캐나다는 지난 주 카플란의 원탁회의 참석허용을 요청한 총회의장 하리 홀커리의 권고를 받아들여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이집트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회교권국가들이 동성애자 참석에 반기를 들고 의사진행 방해에 나섬으로써 2시간30여분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카플란 참석 동의안은 결국 표결에서 찬성 62표로 통과되기는 했으나 회교권 국가를 비롯해 30개국이 기권표를 던지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했다. 또 특별총회와는 별도로 각국의 외교관들이 총회에서 채택될 결의문 초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동성애와 마약, 매매춘 등을 인정하지 않고있는 회교권 국가와 서방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본부=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