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처음으로 유럽을 공식 순방중인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첫 방문지인 스페인의 한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을 과시하다 웃지못할 말 실수를 범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12일 스페인 EFE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출발전 워싱턴에서 스페인 국영TV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후안 카를로스 국왕,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는 말을 하다 그만 '큰 실수'를 저질렀다. 스페인에 중계된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아스나르(Aznar) 총리의 이름 철자를 뒤바꿔 "안사르(Anzar) 총리"라고 발음하고 만 것. 여기다 스페인어 문법과 발음에 능통하지 못한 부시 대통령이 우애를 보여주기 위해 계속 현지어 답변을 강행하다 액센트를 잘못 찍고 단어 성(性) 일치를 잘못 하는 바람에 전혀 엉뚱한 뜻이 전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답변을 영어로 바꾸기 직전 마지막으로 '나는 이 아름다운 말(스페인어)을 익혀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정작 스페인어로 전달된 표현은 "내가이 말을 익히지 못하면 말을 없애버릴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 돼 버린 것. 사태가 이렇게 되자 사르수엘라 왕궁에서 부시 대통령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카를로스 국왕이 아스나르 총리를 대신해 '반격의 칼'을 뽑았다. 백악관 관리들이 스페인어를 열심히 익혔다는 말을 전해 들은 카를로스 국왕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보자마자 "부에노스 디아스, 아로스"라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 말은 영어로 옮기면 '굿모닝, 라이스(rice)'가 되는데 라이스 보좌관의 성(姓)을 '쌀'로 표현해 멋지게 '앙갚음'을 한 셈. (마드리드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