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부로 고사위기에 처한 '기후협약에 관한 교도(京都) 의정서'를 되살리기 위한 중재안이 제시됐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우방과 공동대처할 용의는 있으나 교토 의정서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11일 재차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유럽방문에 앞서 백악관에서 "미국은 기후변화 문제에서 '지도자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방과 함께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한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위해 우선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연구와 전세계 연구기관 간협력 강화와 온실가스 축소를 위한 별도의 신기술 개발연구기금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구성한 각료급 실무그룹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이미 정화장치와 청정연료, 고효율 자동차 개발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방안 마련을 위해 민관협력체제를 강화하고 기후 관련 연구사업에 대한 예산 우선배정하는 한편 2천500만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해 이들 국가에 기후관측소가 건립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의 교토기후협약 탈퇴가 우방과 동맹국들에 의해 '책임회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인 공조체제구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치명적인 결점과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교토 의정서가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3월 교토 의정서 탈퇴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강도높은 비난을 의식한 유화발언으로, 미국정부의 향후 입장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프랜즈 오브 어스'(FRIENDS OF EARTH)의 브렌트 블랙웰더 회장은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세계자연보호기금(WWF)도 부시 행정부가 오염을 야기하는 과거의 기술에 안주하려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오는 7월 독일 본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회의 의장인 얀 프롱크 네덜란드 환경장관도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향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미국의 이해를 반영한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한 프롱크 장관은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교토의정서가 개발도상국에 유리하게 돼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프롱크 장관이 발표한 중재안은 개도국에 대한 지원확대와 동유럽국가들과 같이 경제체제가 바뀌고 있는 국가에 대한 부담 완화, 조림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효과 주장에 대한 신축적인 대응 등을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헤이그 AF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