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왕궁 만찬 석상에서 지난 1일 밤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치료를 받던 디펜드라(29) 국왕이 4일 오전 사망함에 따라 섭정을 맡았던 고(故) 비렌드라 부왕의 동생 갸넨드라(54) 왕자가 새 국왕에 올랐다. 갸넨드라는 이날 디펜드라 국왕 사망 직후 왕실 고문기관인 국가평의회에 의해새 국왕으로 추대된 후 왕궁과 떨어져 있는 한 고궁의 대관식장에서 국왕에 취임했다. 대관식에 앞서 국가평의회와 국영 라디오방송은 디펜드라 국왕의 사망소식을 전하고 갸넨드라 왕자가 새 국왕으로 지명됐다고 밝혔다. 디펜드라 국왕은 병원으로 후송돼 생명유지 장치에 의해 가까스로 연명해왔으며그가 생명유지 장치가 제거돼 숨을 거뒀는지, 자연사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않았다. 그러나 국왕 일가의 참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갸넨드라 국왕이 새로취임함으로써 그를 신임하지 못하는 군중의 소요사태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갸넨드라 국왕은 취임 직후 라디오방송을 통한 성명에서 왕족 일가의 몰살을 가져온 참사의 진실을 가려내 국민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섭정 신분이었던 전날, 사건이 `우발적인 자동소총 사고'였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헌법 및 법률적 제약이 있어 사건 진실 규명에 접근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국왕 취임식 수시간 후 성난 군중 수 천명이 왕궁 300여m 앞으로 몰려와 이번사건의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사해 이들을해산시켰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경찰의 시위대 해산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4명이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평소 국민의 신망을 한 몸에 받았던 디펜드라 국왕의 사망 소식이 취임식에 앞서 라디오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군중 소요가 일 조짐을 보이자 수도 카트만두 거리 곳곳에 군 병력이 배치됐다. 격앙된 시민 수 천여 명이 왕궁으로 돌진할 태세를 보이자 군은 왕궁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급히 봉쇄했다. 군중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갸넨드라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대관식장으로 향하는 길을 막자 군 병력이 총을 겨누는 긴장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갸넨드라 국왕은 과거 왕자 시절 곱지 못한 성품으로 대중의 인기를 잃은 데다아들 파라스 샤흐도 무례한 언행으로 인식이 좋지 못할 뿐 아니라 5명이 숨진 뺑소니 사건에 연루돼 있는 등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 국왕 취임식후 불거져 나온 소요사태는 왕실 일가 참사에 대한 진상이 공개되지 않은 것을 포함한 이 같은 내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가평의회는 사건발생 직후 당시 왕세자 신분이었던 디펜드라를 국왕으로 선포했으나 실질적인 뇌사 상태에 빠지자 당시 부왕의 동생 갸넨드라 왕자에게 섭정을맡겼었다. 군 고위관계자들과 왕실 측근, 목격자들은 부왕 부부 등 왕실 일가의 몰살을 가져온 비극적인 사건은 혼사 문제 갈등으로 인한 디펜드라 국왕의 총기 난사에 의한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난 1일 밤 나라얀히티 왕궁에서 발생한 자동 소총 난사 사건으로 디펜드라의부왕 부부와 니라잔 공주 등 왕실 일가 8명이 사망했으며, 디펜드라를 포함한 4명이부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카트만두 AFP=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