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계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이 환경보호를 무기로 한 경쟁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 세계 2위 자동차메이커인 포드가 최근 연료를 25% 적게 먹는 스포츠형자동차(SUV) 생산계획을 발표하자 1위인 GM도 잇따라 포드와 같은 수준으로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트럭을 들고 나왔다. 특히 포드는 지난달 초 자사 제품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공개하는 등 녹색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3일 자사 자동차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7%라고 공개했다. 포드측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 더 이상 무시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제 실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연구하는 "온난화 대책팀"도 구성했다.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도 "교토의정서의 목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 각국이 환경보호에 중점을 두는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정부나 소비자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교토의정서를 지지하고 있어 유럽시장을 목표로 하는 다국적기업들은 좀 더 환경친화적이 되도록 강요받고 있다. 또 미국에서도 환경오염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하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연비를 높이려는 노력은 주로 "경트럭(light truck)"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SUV, 픽업트럭, 미니밴 등 경트럭은 지난 몇년간 미국 신차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기업의 돈줄역할을 해 왔다. 포드의 환경친화 자동차개발은 미국의 한 환경단체가 지난 99년 여름께 포드의 최고인기 SUV 차종이었던 익스플로러의 연비를 50% 가량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자동차제조업체연맹은 이 결과를 단순한 이론정도로 치부했지만 포드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개발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변화가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인지 대전환의 시작인지에 대해선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선언적 "징후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말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이끄는 에너지대책팀이 위기 타개책으로 수요감축이 아닌 공급증가에 초점을 맞추자 자동차업체를 포함한 대부분 주요기업들이 이를 반겼다. 이들 기업은 교토의정서를 반대하는 부시행정부의 입장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또 가정에서의 환경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속적인 로비도 펼치고 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기사의 소유권은 다우존스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