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나라얀히티 왕궁에서 1일 밤 디펜드라(30) 왕세자가 총격을 가해 비렌드라 국왕(55)과 아이스와랴 왕비 등 일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군 고위 관계자 등 소식통들이 2일 밝혔다. 군 관리들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오후 10시 40분(현지시간) 왕족 정례 만찬에서 발생했다. 사망자는 국왕 내외와 니라잔 왕자, 쉬루티 공주, 자살한 디펜드라 왕세자를 포함해 모두 왕족 일가 1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후 램 찬드라 파우델 부총리는 왕궁에서 발생한 사건의 책임은 디펜드라 왕세자에게 있다고 AFP통신을 통해 밝혔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디펜드라 왕세자가 왕비와 자신의 혼사문제를 논의하다 다투면서 무차별 총기를 난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왕비는 디펜드라 왕세자가 고른 신붓감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하자 왕족 고문기관인 국가평의회상설위원회는 사태를 수습하고 왕위 계승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또 네팔 왕궁으로 통하는 도로는 군인들에 의해 차단됐으며 국영 라디오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종교 음악을 내보내고 있다. 이날 총격 사건으로 왕위 계승자였던 디펜드라 왕세자를 비롯해 왕자와 공주들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비렌드라 국왕의 동생 갸넨드라(54)가 가장 유력한 왕위 계승자가 될 전망이다. 갸넨드라를 왕궁으로 데려오기 위해 헬기 1대가 카트만두 서남쪽 치트완으로 급파됐다고 공항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현지 최근 보도 내용에 따르면 점성가들은 디펜드라 왕세자가 35세 이전까지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왕족에게 권고했으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왕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 최초의 힌두교 국왕이자 마지막 절대군주였던 비렌드라 국왕은 지난 72년 국왕에 즉위에 절대군주제를 통해 권좌를 유지해 오다 지난 90년 민주화세력의 요구에 굴복, 입헌군주제와 다당제를 도입하면서 실권했다. 비렌드라 국왕은 그의 부왕 마헨드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기 전 네팔 왕족 가운데 최초로 영국에서 서방 교육을 받았으며, 디펜드라 왕세자도 영국 이튼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았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성명을 통해 "비극적인 사고 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네팔 국민에게 안정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카트만두 AFP.AP=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