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금 감면책이 확정되자 미국 내에서는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98년부터 재정흑자를 활용해 정부채를 만기 이전에 상환(buy-back)해 왔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10년까지 2조7천억달러의 정부채를 조기 상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부시 정부가 확정한 1조3천5백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은 7월부터 추진될 예정이다.

앞으로 이들 두 계획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세금 감면안에 따라 매년 1천3백50억달러의 세수가 줄어드는 대신 정부채 조기 상환을 위해 2천7백억달러의 세출이 늘어나 연간 약 4천억달러 정도의 재정수지 악화 요인이 발생한다.

물론 미국의 중장기 재정계획대로 매년 5천6백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경우 두 계획을 동시에 추진한다 하더라도 일단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중장기 재정계획이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매년 4% 이상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향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시각차가 있으나 부시 정부는 이번에 확정된 세금 감면책이 실시될 경우 미국 경제는 4%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세금 감면책이 추진되면 현재 미국 경제 회복의 아킬레스건인 미 국민들의 악화된 자산부채 상황(cash-flow)을 개선시켜 총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가와 근로자의 세부담이 줄어들면 생산 의욕이 고취돼 총공급 능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미국 경제 회복과 물가안정에 기여하면서 세수가 확충되므로 재정수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부시 정부의 계산이다.

이같은 시각은 현재 미 국민들과 기업가들의 세부담이 지나치게 높아 그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세수와 재정수지에 도움이 된다는 과거 레이건 대통령 시절 경제정책의 골간인 래퍼 이론과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감세혜택은 미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 고소득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은 저소득계층보다 낮다.

이 때문에 세금 감면책이 추진될 경우 소비 진작보다는 오히려 저축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재정수지적자를 우려하는 시각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