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와 함께 일본 경제를 짓누르는 또 하나의 악재는 단연 금융불안이다.

디플레가 실물경제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한파라면 흔들리는 증시와 이로 인한 금융불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이다.

추락하는 증시가 일본 경제에 안겨주는 주름살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기업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줄어드니 소비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역(逆)자산효과다.

또 하나는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와 설비투자를 늦추는 심리효과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주가가 연초보다 10% 하락한 상태가 1년만 계속돼도 실질성장률이 0.4%포인트 낮아진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이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금융경색이다.

주식값이 곤두박질치면 신주발행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돈줄이 막힌다.

은행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신규융자를 꺼리게 된다.

또 주가가 떨어지면 보유주식의 자산가치가 감소해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자연히 수지가 악화돼 부실채권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늘어난 부실채권은 은행의 건전성과 신뢰도를 깎아 내리고 기업자금 공급원 역할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의 16개 대형 시중은행이 3월말 결산에서 털어내야 할 부실채권 규모가 당초 예상치인 2조5천4백억엔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작년 결산기에 상각처리한 4조엔에 맞먹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은행들의 사정은 절박하다.

증권분석가들은 닛케이 평균주가가 1만3천엔 밑으로 내려가면 보유주식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은행이 도쿄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199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연되거나 자금순환 시스템이 고장날 것으로 보는 견해는 소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오는 9월 중간결산 때부터 은행들은 유가증권평가손익을 자기자본에 직접 반영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대형 도산 등 악재가 속출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할 경우 닛케이 평균주가는 1만2천엔선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3월 금융위기설이 다행히 기우로 끝난다 해도 3월 이후의 일본 증시와 금융시장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근심거리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