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회가 1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결함으로써 와히드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의회의 불신임 가결에 따라 와히드 대통령은 앞으로 3개월안에 국회에 출두,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1개월 시한을 준 뒤 탄핵 소추를 위한 국민협의회(MPR) 비상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날 5백명의 국회의원들이 투표조차 거칠 필요없이 만장일치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는 대목이다.

그만큼 국회의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강력한데다 그의 즉각적인 퇴진과정를 요청하는 여론의 목소리도 거세 와히드는 최후의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날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1만명이상의 시위대가 즉각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와히드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2가지다.

브루나이 국왕이 기부한 2백만달러를 착복했다는 "브루나이게이트"와 와히드 안마사가 조달청에서 공급을 챙겼다는 "불록게이트"다.

이들 2사건을 통해 와히드 대통령은 총 6백만달러 상당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불신임안 가결에 대해 와히드 대통령 측근들은 "부패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따라서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군부와 내각의 충성은 여전히 굳건하다"며 일부에서 나돌고 있는 군부 쿠데타설도 일축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 99년말 이슬람계 다수 정당의 옹립으로 간접선거를 통해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임기는 오는 2004년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