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선거후 처음으로 워싱턴에 입성했다.

백악관 새주인으로서 정지작업 성격의 방문인 만큼 발걸음 하나하나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의 첫 방문지는 백악관도, 의회도 아니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의 조찬회동으로 사흘간의 워싱턴 일정을 시작했다.

''미 경제의 경착륙 저지''라는 최대 과제를 안고 있는 그로선 ''경제대통령''인 그린스펀 의장과의 우호관계 유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양자간 회동은 시점상으로도 절묘했다.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부시는 지금의 경기둔화가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유난히 깊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

조기 금리인하로 대통령 취임(내년 1월20일) 분위기를 띄워줬으면 하는게 부시의 바람이다.

그렇다고 독립기구인 FRB측에 섣불리 금리를 내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시는 약 45분에 걸친 그린스펀과의 회동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린스펀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표현했다.

부시는 한 손을 그린스펀의 어깨에 올려 놓고서 "아주 훌륭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부시는 특히 "그(그린스펀)의 능력을 내가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식탁의 주요리는 "경기둔화 우려"와 "감세(減稅)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총 1조3천억달러의 세금을 줄인다는 감세안은 부시가 정권 초기의 핵심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야심작이다.

이날 회동에서 부시 당선자는 감세안에 대해 반대입장인 그린스펀 의장에게 감세안 지지를 호소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회동후 부시와 그린스펀 모두 감세안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유달리 부시-그린스펀의 관계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데는 그린스펀의 감세정책 반대 외에도 이유가 있다.

90년대초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그린스펀간 "불편한 관계"를 부시 당선자가 물려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아버지 부시는 퇴임 후 "92년 재선에서 실패한 데는 그린스펀이 90년대초 경기둔화때 금리를 좀 더 과감하고 빨리 내리지 않은게 한몫했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부시는 지난 선거유세중 그린스펀과의 유대관계를 지속할 것이란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 당선자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중 하나가 그린스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감세안 반대를 고수하고 금리를 과감히 내리지 않을 경우에도 부시가 이 말을 지킬 수 있을까.

이게 부시-그린스펀의 관계를 결정짓는 최대 가늠자가 될 것같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